설 악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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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항상 바다를 찾는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개운함을 느낀다. 그중에서도 동해 바다를 선호한다. 동해 바다의 파란 바닷물과 크게 부서지는 파도, 맑은 하늘이 그 이유다. 사실 나는 서쪽에 살기 때문에 서해바다는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이번주 시간이 좀 남는데.... 떠날까?
오랜만에 시간여유가 생겼다. 언제나 가고 싶었지만, 동해 바다는 역시 거리상으로 볼 때 너무 부담스럽다. 가는 비용과 시간, 그리고 필수로 예약해야 하는 숙박시설이 항상 나를 부담스럽게 한다. 일단 1박 2일 다녀오면 50만 원은 반드시 깨지는 것 같다. 바다라는 게 볼 때는 개운하지만 막상 보고 나면 할 게 없다는 게 큰 단점이다. 이것이 동해로의 여정이 항상 고민되는 이유이다. '50만 원으로 소고기를 먹는 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정말 꼭 한다. 그래도 계속 미루다 가는 평생 못 갈지도 모르니까 가보기로 했다.
새벽부터 일과 시작
이날 오전 8시 서울에서 스케줄이 잡혔다. 예정된 일정에 늦지 않기 위해 새벽 4시에 기상하였다.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일까? 눈꺼풀 무게는 내 몹쓸 체중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에 늦지 않고 모든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9시였다. 회사에는 연차를 썼으니 업무는 잊고 남은 시간 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목적지로 서둘러 출발했다. 모닝커피의 카페인의 효과보다는 박카스의 타우린 효과를 기대하며 한병 원샷 했다. 자 이제 출바알!
목적지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설악로 998
갈길이 멀구나...
휴대폰 T-MAP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 후 달리기 시작하였다. 대략 2시간 30분 거리임(약 180km)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휴게소 들렀다 가면 '3시간은 넘게 걸리겠구나.' 싶었다.
나만 그런 것일까? 휴게소는 웬만해서는 꼭 들린다. 중간에 먹는 간식거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가장 중요한 화장실을 들려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중간에 졸음쉼터가 있기 때문에 급하면 처리 가능하지만, 나는 성격상 여유로운 걸 즐기는 편이다. 그리고 졸음쉼터 화장실은 근거 없이 청결하지 못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들리는 걸로...
서울의 날씨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지만 혹시나 싶어서 강원도 날씨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날씨는 맑은데 어제 눈이 많이 내렸다는 정보를 볼 수 있었다. 2015년도 대관령에서 고속도로 눈길사고를 당한 뒤로는 강원도 쪽 눈길은 항상 불안하다. 그래도 뭐, 어제 내린 눈이니까 고속도로 정비는 잘했겠지 하며 믿고 가기로 했다. (이제 와서 안 믿으면 어쩔 거죠?)
달리다 보니 어느덧 강원도로 진입한 것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눈 덮인 산으로 보아 어제의 기상상태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 하늘은 "무척 맑고 투명"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의 하늘은 항상 어둡고 무언가 끼어있듯한 흐린 날씨였다. 미세먼지 농도도 짙어서 맑은 공기를 접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자동차 창밖으로 보이는 저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는 굳이 전자장비 센서를 통하지 않아도 그 수준이 "최상"임을 알 수 있었다. 추운 공기를 싫어한다. 하지만 이 순간을 놓칠 수 없어서 창문을 열고 달렸다. 추웠다. 상쾌했다. 좋았다. 강한 바람에 뒷좌석 짐이 날리기 전까지....(그때 아차 싶었다.)
" 뭐야? 오늘 미쳤다. "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진입하였다. 출발전 검색한 기상 자료처럼 어제 눈이 무척이나 많이 내린 모양이다. 설산의 아름다움과 깨끗한 하늘, 맑은 공기가 연신 "우와~"를 남발하며 창문을 다시 열게 만들었다. 이 상쾌함이 목적지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게 만들었다.
그냥 겨울왕국이네... 휴대폰 카메라로 계속 촬영을 했지만, 실제 눈으로 보는 감동을 직접 담을 수 없음이 몹시 아쉬울 뿐이다.
주변 환경에 매료되어 가다 보니 어느덧 교통정체가 시작되었다. 사진 속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차량행렬이 줄지어 있고, 가장 뒤에는 내가 이 줄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도착하겠지? 하면서 휴대폰으로 주차정보를 검색하였다. 이길 끝에 가다 보면 주차장이 1개 나오는데 주차료가 6,000원이라고 한다. 6,000원이 많이 아깝다 생각했기에 나는 호텔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가는 길을 택했다. 왜냐면 호텔과 설악산 국립공원과는 아주 가까웠고, 이 목적지 끝에 있는 유료 주차장과 호텔은 아주 근접한 거리에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왜 인도가 보이지 않는걸까?
" 우리 걸어가면 어디로 가야 해? "
알고 보니 인도는 눈에 파묻혀서 보이지 않았다. 도로에 쌓인 눈을 죄다 인도로 밀어 올리는 바람에 인도의 눈깊이가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깊어진 상태였다. 나는 다 포기하고 그냥 가장 끝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가기로 하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날 약 500m 정도 도로가 정체되어 있었다. 확실히 관광지라 그런지 많이 막히나 싶었다. 다음날 일정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다시 보니 차량행렬이 2km 넘게 줄지어 있었다. 나의 교통정체는 비빌 수 없을만큼...꼬르륵
" 6,000원이요 "
위 지도의 정 가운데가 유료 주차장이다. 카카오지도에 "설악산소공원 주차장" 이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선불이라고 하길래 나름 자동화 주차장비가 설치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러 명의 주차요원이 차량이 들어오면 따라와서 6,000원을 징수한다. 막상 가보면 주차장이 가득 차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주차라인안에 주차를 했다면 문제 없겠지만, 주차선 밖으로 이중 주차시 임의로 주차요원이 그때그때 차량 이동주차한다. 설악산 위로 갔다가 내려왔을시 내차가 반드시 그자리에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을 수 있으므로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귀중품 도난 분실에 조심하는게 좋을것 같다. 참고로 이곳 주차장은 현금과 카드 둘 다 사용가능한 곳이므로 무조건 카드를 쓰는 게 좋다. 현금영수증 시도는 안해봤지만 말꺼내기가 썩 편한 상황은 아닌것 같다.
" 케이블카타러 갑시다. "
사실 나의 오늘 목적은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었다. 설악산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간 게 마지막이니까... 그냥 까마득한 옛날에 간 거다. 다시 올라가라면 올라야 가겠지만 이제 자본주의 맛을 봤으니 편하게 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거라 생각했다. 기회가 된다면 등산도 괜찮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무언가 있길래 촬영해 보았다. 딱 봐도 조금 더 가면 절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의 목표는 오로지 "설악산 케이블카"이므로 가볍게 지나쳤다.
바로 앞에 신흥사 불교문화유산 안내소가 있다. 다소 충격적인 것은 입장료 무료!라는 문구인데, 그렇다면 저기 적힌 날짜 이전에는 설악산 올라갈 때 입장료를 냈었단 말인가? 이 부분은 잘 모르겠다. 그러므로 PASS
케이블카 티켓팅을 하기 위해서 계속 걸어 들어갔다. 가다가 왼쪽을 휙 돌아보면 산까지 이어져있는 두 개의 줄을 볼 수 있다. 저것이 케이블카인데 자세히 보면 2대만 왕복으로 운행한다. 그 줄을 쭈욱~내려다보면 어느 지상으로 연결된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맞다. 그곳이 케이블카 탑승장이다. 찾기 무척 쉬우므로 별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경험했던 케이블카는 티켓팅 후 아무 시간대나 줄 서서 차례를 기다렸는데, 설악산 케이블카는 탑승시간 지정하여 티켓팅해야 한다. 최대 탑승인원(50명 인가?)을 제한하는 것인데 원하는 시간대가 매진될 수 있으므로 미리 발권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참고로 온라인 예매 안되고 현장 발매만 된다고 한다. (성인 왕복 인당 15,000원)
" 탑승구 1번? 탑승구 2번? "
케이블카 탑승 시 하찮은 팁을 주자면, 케이블카의 운행시간은 4분, 탑승시간 1분, 합계 5분의 소요된다. 그러므로 좌우 케이블카의 간격은 5분 간격이 된다. 티켓팅할 때 직원은 "출발 5분 전에 줄 서세요."라고 한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행동하면 케이블카 좋은자리 선점하기 어렵다. 다음과 같은 시도를 해보자.
STEP 1. 내 탑승시간을 확인한다.
STEP 2. 탑승시간 10분 전부터 탑승구 줄을 선다.
또는, 탑승시간 10분 전 대기열이 모두 입장하면 일단 첫 번째로 줄 선다.
STEP 3. 나의 탑승 순서되면 탑승하여 원하는 방향의 창가에 서있는다.
해당 케이블카는 입식이다. 그러므로 선두에 입장하는 사람이 케이블카 창가 쪽을 선점할 수 있다. 탑승방향에 따라 보이는 경치가 다르므로 잘 생각해서 좋은 선택하길 바란다. 만약 울산바위가 보고 싶다면, 위 사진 기준 우측면에 자리 배치하면 정답일 것이다.
출발 전에 "이것을 위해서 그 먼 길을 달려야만 하는 건가?" 싶었다. 기회비용이 자꾸만 생각나서 갈까 말까 했지만, 막상 케이블카에 탑승하니 설렘과 즐거움이 밀려왔다. 빨리 올라가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케이블카를 탑승하고 보니 실내에 직원 1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탑승한 직원은 별도의 의자가 있었으며, 사람들이 간섭하지 못하도록 안전바 같은 것으로 둘러 싸여있었다. 이분들은 직업으로 하루종일 타느라 곤욕일지 몰라도 비용을 들여서 탑승하는 내 입장에서는 조금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지루하겠지...
" 찰칵 찰칵 찰칵... 우와... "
케이블카가 출발했다. 아직 낮은 지대라 크게 볼 것은 없지만, 주위에서는 "우와~"소리와 휴대폰 카메라 동작음이 연신 반복된다. 또 반복된다. 또.. 또.. 또.. 여기저기 찰칵...찰칵...엄청 찍어댄다. 조금 시끄럽다 싶은 정도?
맞다. 나도 공범이다. 나도 엄청 찍어댔다. 당신은 다를것 같나?
올라가는 내내 그 짧은 4분간 주변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고 할까... 정말 안 탔으면 후회할 뻔했다. 사실 다른 계절에는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없다. 태어나서 설악산 케이블카 이곳으로 온 게 처음이었고, 와보니 겨울이었던 것이다. 올라가는 4분이 그렇게 짧을 줄이야. 케이블카가 정상에 다다랐을 때 아쉬움을 뒤로한 채 하차하였다.
사실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하면 바로 정상일 거라 생각했다. 넓은 공간이 있고 삼각대를 설치하여 셀카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삼각대를 챙겨 왔다. 그런데 어제 내린 눈으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목을 안전상의 이유로 차단하였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전망대에서만 머물렀는데... 주위 전망을 보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좋은데?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았다. 이런 경치를 처음 느껴본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한 동안 계속 주변경치만 구경하였다. 보고 있어도 계속 보게 만드는 굉장한 매력이 있었고 왜 이제야 이걸 알게 됐는지 아쉬움이 밀려왔다. 사실 전망대에서의 공간은 그리 넓지 못하다. 어차피 돌아다녀봐야 볼 수 있는 방향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를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전체를 볼 수 있었지만, 이 경치를 계속 눈에 담고 싶은 마음에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내게 권한만 있다면 릴랙스 체어와 파라솔을 펼치고 편안히 누워 경치구경하고 싶었으나, 안된다는 거 알잖아?
네이버 웹툰에 "호랑이형님"이라는 연재 웹툰이 있다. 지금은 휴재 중이지만 내가 상당히 재밌게 본 웹툰 중 하나다. 웹툰 내용에 보면 "흰 산"에 힘이 뿜어져 나오는데 나오는데, 마치 내 눈앞에 펼쳐진 산이 그 흰 산처럼 느껴졌다.
이제 내려 가자.
아무리 경치가 좋다 하더라도 밤새 볼 수 없으므로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아쉬웠다. 계속 있고 싶었는데,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시간제약 없이 선착순으로 탑승한다. 인원수만 제한하기 때문에 인원수 꽉차면 케이블카 추가 탑승이 제한된다. 가장 먼저 입장해야 좋은자리를 선점할 수 있으나 어디가 가장 앞줄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창가자리를 선점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운 좋게 내려가는 케이블카도 창가를 선점할 수 있었다. 내려갈 때도 역시나 4분인데 너무 짧아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목표했던 것을 이루고 숙소로 들어갔다. 다행히 숙소와 설악산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숙소 창밖으로 설악산을 계속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보는 것도 좋네? 이번 여행을 통해서 겨울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너무 좋은데? 단지, 날씨와 기타 환경적 요인이 따라준다면 말이다. 다행히 이번엔 환경적인 요소가 너무 완벽했기에 다음에도 이와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또 와야지?
아... 참... 겨울산 여행 시 필수품
1. 선글라스 (눈부셔)
2. 보조배터리 (화면 밝기 최대상태에서 사진찍다 보니 방전)
만약에 등산까지 할 거라면, 아이젠까지!
맑은 날 직사광선과 바닥의 눈에 반사되는 빛에 안구 피로가 굉장히 심하다. 참고...
즐거운 하루 끝